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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이야기

고부 관계 갈등, '좋은 며느리'는 누구를 위한 기준일까? – 역할기대에 숨겨진 심리

by 관계연구소 : 우리 사이 이야기 2025.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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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니까 당연하다는 말, 정말 당연할까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를 갈라놓는 건 ‘좋은 며느리’라는 강박일지도 모릅니다.
고부 관계 갈등은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역할에 대한 기대와 침묵 속 압박에서 비롯되곤 하죠.
‘좋은 며느리’는 누구를 위한 기준인지, 이제는 그 심리적 무게를 함께 들여다볼 때입니다.”

“좋은 며느리라면 당연히 시댁 행사엔 참석해야지.” “며느리 얼굴이 안 보이면 체면이 안 서잖아.”
이러한 말들, 낯설지 않으시죠? 

한국 사회에서 ‘좋은 며느리’라는 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자, 역할 기대의 틀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이며,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고부 관계 갈등, '좋은 며느리'는 누구를 위한 기준일까?
고부 관계 갈등, '좋은 며느리'는 누구를 위한 기준일까?



이 글에서는 ‘고부 갈등’이라는 관계 속에 숨어 있는 역할기대의 심리를 분석하고, 

왜 ‘좋은 며느리’라는 강박이 갈등을 불러오는지 탐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기 쉬운 내면의 감정과 심리적 부담에 주목하여, 갈등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해법도 함께 제시합니다.

고부 관계 갈등의 구조적 원인

고부 관계 갈등은 단순히 세대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갈등은 ‘역할 충돌’에서 발생합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는 이래야 한다”는 전통적 기준을 가지고 있고, 

며느리는 “내 삶도 존중받고 싶다”는 현대적 관점을 가집니다. 

이 둘 사이의 기대 차이가 갈등의 불씨가 됩니다.

전통적 기대: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가족의 일원’이 아니라 ‘가정의 일꾼’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함
현대적 인식: 여성도 자아실현과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대, 시댁 중심 문화에 거부감 형성

‘좋은 며느리’ 역할기대란 무엇인가

‘좋은 며느리’라는 개념은 명확한 정의가 없이도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시댁 일에 희생적이고, 감정을 억제하며, 시어머니의 말에 공손히 따르는 여성상을 뜻하죠.

이 기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명시적 요구: “이건 며느리가 해야지.”
묵시적 압박: “작년엔 다 했는데, 이번엔 왜 못 하니?”
비교 프레임: “다른 며느리들은 잘만 하더라.”

이런 방식의 기대는 며느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들고, 관계의 대등함보다는 종속된 역할을 강요하게 됩니다.

역할기대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

‘좋은 며느리’가 되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심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기 상실감: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모르게 됨
우울과 무기력: 과도한 감정 억제로 인해 심리적 소진이 누적됨
분노의 내재화: 표현되지 않은 분노가 관계 전체를 병들게 함

역할기대는 단순한 문화가 아닌, 심리적인 억압 장치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전통적 역할 vs 현대적 인식 비교

구분 전통적 역할 기대 현대적 인식
며느리의 태도 순종, 희생 중심 자율, 존중 중심
시댁과의 거리감 밀접하고 의무적 선택적 참여, 심리적 거리 유지
감정 표현 억제, 내면화 표현, 조율 시도
남편의 역할 중립 또는 방관 중재자, 갈등 완화자


갈등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해법

역할 해체의 시작: 정답 없는 ‘좋은 며느리’
‘좋은 며느리’는 정해진 모범답안이 아닙니다. 스스로와 가족 간에 합의된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감정 표현 허용하기
무조건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적절히 감정을 조율하고 나누는 것이 더 건강합니다.

남편의 역할 명확히 하기
남편은 중립적 입장이 아닌, 명확한 ‘조율자’가 되어야 합니다.

방관은 갈등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관계의 ‘재정의’ 시도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혈연보다 ‘대화할 수 있는 타인’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움이 아니라, 편안함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고부갈등에서 관계를 지키는 “용기 있는 대화법”
고부갈등에서 관계를 지키는 “용기 있는 대화법”

고부갈등에서 관계를 지키는 “용기 있는 대화법”


고부 관계에서 어려운 점은 감정이 쌓여도 직접 말하기 어렵고, 말하려고 하면 상대가 상처받을까 걱정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침묵은 갈등을 키우고, 오해는 쌓이기 마련이죠.
이럴 때 필요한 건 감정을 표현하되,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 기술입니다.
이것이 바로 “용기 있는 대화법”입니다.

 

대화법 핵심 원칙: “나 전달법 + 공감 + 요청”

① 감정을 ‘나’를 주어로 표현하기 (나 전달법)
“어머니는 항상 저한테만 시켜요.” →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음
“저는 요즘 책임이 커져서 부담을 느껴요.”
→ ‘상대의 탓’이 아닌 ‘내 감정’ 중심으로 말하면 방어를 줄일 수 있어요.

② 상대의 입장을 인정하고 공감하기
“어머니도 바쁘시고 힘드신 거 알아요.”
“그동안 말없이 받아줘서 더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겠네요.”
→ ‘이해받는다’는 감정은 상대의 마음을 열게 만듭니다.

③ 내가 바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요청하기
“가능하다면 이번에는 저도 좀 쉬면서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저희가 준비할게요, 이번엔 좀 간소하게 해도 괜찮을까요?”
→ 희생이 아닌 ‘조율’의 대화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시 대화문 (용기 있는 대화 적용)

며느리:
“어머니, 사실 이번 명절 준비 이야기 듣고 조금 부담을 느꼈어요.
일과 집안일이 겹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좀 힘든 상태예요.
그런데 어머니도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신 걸 알아서…
이번엔 조금 간소하게 하거나 외식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저도 가능한 범위에서 기꺼이 도울게요.”

핵심은?
내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면서도 상대를 인정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조율’하는 방식으로 제안하는 것.

 

이런 상황에도 유용합니다

시어머니의 반복적인 비교 어머니가 말씀하신 다른 집 며느리 이야기 들으니, 제가 부족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말씀이 조금 힘들게 다가왔어요.”
시댁 잦은 방문 요구 어머니도 손주 자주 보고 싶으시겠지만, 저희도 저희만의 시간을 조금 더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감정 섭섭함 쌓였을 때 그동안 솔직히 말씀 못 드렸지만, 가끔 마음이 상했던 적이 있었어요.
관계를 더 편안하게 만들고 싶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마무리 조언

용기 있는 대화는 “상대에게 맞서기”가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지속 가능한 고부 관계를 위해서는
참거나 폭발하는 방식이 아닌, 조율할 수 있는 대화법이 필요합니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진짜 배려입니다.

고부관계 해결
고부관계 해결

‘좋은 며느리’보다 더 중요한 것

‘좋은 며느리’라는 단어는 겉보기에 따뜻하고 바람직한 의미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여성에게 보이지 않는 심리적 족쇄가 되어 왔습니다. 

이 개념은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가부장제의 유산처럼 남아, 

며느리들에게는 일방적 희생과 감정 억제를 요구하고, 

시어머니들에게는 통제와 평가의 권리를 부여하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고부갈등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시대와 가치관, 경험을 가진 두 여성이 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가까워지려 할 때 생기는 역할 충돌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갈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역할에 대한 기대치를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남편의 중재자 역할은 단순히 시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안전하게 조율하고 지지하는 적극적 역할’이어야 합니다. 

남편이 명확하게 입장을 정하고 아내의 감정과 입장을 존중해 줄 때, 

갈등은 완화되고 관계는 회복됩니다.

이제는 ‘좋은 며느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가족이 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일방적인 역할을 강요하는 문화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대신, 개개인의 삶을 존중하며 감정과 관계를 건강하게 이어가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은, 바로 우리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좋은 며느리’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일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고부갈등이라는 오래된 문제에 실질적인 변화가 찾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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