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내, 매일 술 마시는 남편… 우리 부부는 왜 멀어졌을까?”
“무너지는 부부, 멀어지는 대화… 지금 필요한 건 연결의 연습”
무너진 일상 속, 부부라는 이름이 버거워질 때
유방암 수술 후 타목시펜 복용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째. 몸은 예전 같지 않고, 감정도 쉽게 무너진다.
그 와중에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두 아이를 돌보고, 세 끼를 챙기고, 학습 지도까지 하는 일상은 기계적으로 흘러간다.
아이들을 재운 후 찾아오는 정적 속에서, ‘나는 왜 이렇게 외로운 걸까’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남편은 여전히 외벌이로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일 저녁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늦은 시간 야식을 먹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의 삶의 루틴은 단조롭고 무책임해 보인다.
아내가 보기엔, 그는 가장이기 이전에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아무런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말로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지적은 큰 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서로를 향한 말과 시선이 차가워진다.
여기에 고부갈등까지 겹치면서, 아내는 더 이상 이 결혼이 자신을 위한 울타리가 아니라 족쇄처럼 느껴지게 시작한다.
최근에는 남편과의 대화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내는 점점 남편과의 대화를 피하고, 아이들의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어떤 감정을 겪었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남편을 아이들과의 정서적 연결에서 멀어지게 한다.
스킨십도 거의 사라졌고, 신체적 거리감은 정서적 단절감을 더욱 깊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 속에서 부부는 어떻게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갈등의 얼굴을 마주보다
1. "아프니까 외롭다" - 아내의 외로움은 고립에서 시작된다
사례 :
39세 여성 A 씨는 유방암 치료를 받으며 두 아이를 돌보고 있다.
남편은 외벌이지만, 퇴근 후 술과 담배가 일상이고 집안일과 육아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A 씨는 말한다. “나는 지금 몸도 마음도 병들어 있는데, 남편은 왜 나를 바라봐 주지 않는 걸까요?”
암 치료를 받는 환자는 단순히 육체적인 통증만 겪는 것이 아니다.
삶의 리듬이 무너지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화된다.
여기에 정서적 지지 없이 감정노동(육아, 살림, 교육)까지 떠안게 되면, 분노와 절망은 쉽게 쌓인다.
아내는 감정의 언어로 남편에게 신호를 보낸다.
"운동 좀 해", "술 좀 줄여줘", "아이들에게 관심 좀 줘".
그러나 남편은 그 말을 잔소리로 듣는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고, 해석이 어긋난다.
이 과정에서 아내는 점점 더 말하지 않게 되고, 남편은 더 무관심해진다.
결국 아내는 대화를 거부하고, 아이들의 일상조차 남편과 공유하지 않는다.
이는 부부의 정서적 유대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소통 구조에도 균열을 만든다.
스킨십이 사라지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감정의 흐름이 아니라, 서로를 멀어지게 만드는 실질적인 행동 양식으로 굳어진다.
2. 남편은 왜 그럴까? - 무기력, 책임감, 회피의 삼각지대
많은 남편이 아내의 불만을 들으면 이렇게 말한다.
“내가 돈 벌어오잖아. 더 뭘 바라는 거야?”
남편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외벌이 가장이라는 책임, 회사의 압박, 집안의 갈등 등 복합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출구로 술과 담배를 택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식이 가족에게 상처를 준다는 점이다.
그는 아내가 힘든 건 알지만, 자신도 지쳐 있다고 느낀다.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모르고,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회피하고, 무관심한 척한다.
하지만 그 무관심이 아내에게는 '포기'로 보인다.
3. 고부갈등이라는 불쏘시개
사례 :
A 씨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는 않지만, 시어머니가 자주 와서 아이 양육 방식이나 살림에 대해 간섭한다.
남편은 그 상황에서 중립을 지키거나 아내를 방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엄마도 도와주려는 거야”라며 아내의 감정을 무시한다.
고부갈등은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내 편이 아니다'라는 감정을 증폭시키는 기폭제다.
남편이 아내의 편에 서 주지 않을 때, 아내는 더욱 고립되고 상처받는다.

부부 관계는 연습이다 - 상처를 마주하고 다시 연결되기
지금 이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다. ‘과정’과 ‘연결’이다.
먼저, 아내는 자신의 감정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당신이 술 마시는 걸 보면 속상해”가 아니라, “내가 치료받고 힘든데,
당신이 운동도 안 하고 건강을 챙기지 않는 걸 보면 미래가 불안하고 무섭다”처럼,
감정의 언어를 ‘원망’이 아닌 ‘공감 요청’으로 바꿔야 한다.
남편 역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아내의 말이 공격이 아니라 ‘도움 요청’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가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고, 한 사람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둘 사이에 직접적인 대화가 힘들다면, 커플 치료나 가족 상담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누군가 중재자가 되어 감정을 정리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완벽한 해결이 아니라 ‘작은 연결’이다.
하루 10분이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주말에 함께 산책하며 감정을 나누는 시간,
아이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쌓일 때, 부부 관계는 조금씩 회복된다.
아내가 병든 몸으로 버텨내는 삶 속에서, 남편이 조금 더 다가와 준다면. 이 가정은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
부부 관계는 끝없는 대화이고, 끊임없는 연습이다.
지금이 바로 그 연습을 시작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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